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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6 길가에서 마주하는 생명력 (7)
  2. 2010.11.15 NYCP inaugural concert (10/2-3/2010) (2)
2010.11.16 21:30

길가에서 마주하는 생명력




바쁜 출장이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바빴을 한 달의 시간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동경에서의 주말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지친 몸을 추스리는 휴양에 가까왔다. 시내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숙소를 오가는 길 위에 생뚱맞게 자리한 한줌의 잡초들은 그런 느린 걸음의 벗이 되어주었다. 

그들의 생명력이 고마왔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 것도 아니요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그들도 아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모습이 한편으로 위태로와 보이는 동시에 그 생뚱맞은 몸짓은 힘차고 유쾌해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존재를, 그들과의 조우를 기억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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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21:30

NYCP inaugural concert (10/2-3/2010)


10
주말 맨해튼의 장소에서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이하 NYCP) 창립 연주회가 있었다. 음악가들이 직접 청중들에 다가간다는 취지를 바탕으로 여러 장소를 돌며 무료 공연으로 모든 연주회를 진행하는 그들의 연주 실험’이 이제 막이 오른 것이다.

NYCP
창단 동기와 관련해서 지휘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인근 공공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어떤 노신사와 몇 번 마주치게 되었는데, 음악에 기울이는 순간 만큼은 마치 세상의 어떤 시름도 초월한 것처럼 보였던 그의 표정을 통해서 NYCP의 사명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였. 삶에 지친 이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동기 하나되어 이제 이렇게 함께 무대에 젊은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전해오는 신선한 감동이 있었다.

 

연주회를 위해 선곡된 곡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을 그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생각과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볼 있었다. 각각 개별적인 곡들의 합은 상호 유기적인 어떤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요약하면, '젊은 음악''모차르트' (또는 '전통의 새로운 확장'), '음악에 대한 애정'  가지 키워드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았. 그리고, 이는 다시 그들 스스로 정체성 및 지향점 연결되는 듯 보였다. 즉,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프로그램을 보는 그 자체로 그들의 출사표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Two Pieces”(Op. 11) 제목 그대로 두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가 평생을 흠모한 바흐의 푸가를 듣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알레그로와 현대 아방가르드적 분위기의 스케르초가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 약관 19세의 나이에 작곡가로서 인상적인 데뷰를 하게 만들었던 1 교향곡과 거의시에 작곡된 젊은 음악’으로, 곡을 통해 비로소 현대음악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몸담게 되었다고 친구에게 고백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나가기 시작한 청년 작곡가의 기상이 녹아있는 곡을 자신들의 연주회 곡으로 선택한 NYCP 선택은 그 자체가 하나의 메세지처럼 다가왔.

 

번째 곡인 슈베르트의 바이올린을 위한 론도역시 작곡자의 나이 십대 마지막을 장식한  하나의 젊은 음악이다. 협주곡이 없는 슈베르트의 음악들 가운데서 드물게 협주곡 형태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 듯한  분위기도 주로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많은 슈베르트의 작품들 가운데서는 드문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결코 유명세나 특별한 주목을 누리지 못하고 수줍게 숨겨져(?)있던 이런 작은 보물을 실제 연주를 통해 재발견하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다. 설득력을 가지고 빛을 발하듯 연주한 독주자의 기량이 돋보이는 연주였던 만큼 연주효과도 뛰어나서 청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번째 곡은 29세의 젊은 작곡가 클린트 로드햄이 NYCP 위해 작곡한 “Driving Music”이란 곡으로 이번 공연에서 초연되었다. 가장 미국적인 일상의 단면이라고 있을 장거리 운전에서의 여러가지 느낌과 무드의 반전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인데, 마치 베토벤의 대푸가처럼 여러 파트가 안에서 계속적인 진화와 진전을 이루는 형식이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아방가르드적인 분위기는 앞서 연주된 쇼스타코비치의 스케르초와도 연결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재능있는 젊은 음악가의 음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박수를 보내는 일은 시대를 살아가는 애호가들에게 영광스럽게 부여된 특권이자 책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였다. 이 곡과 동시에 작곡된 유명한 “1812 서곡”에 대해서는 작곡자 자신의 흥미로운 코멘트가 남아있다. 따르면,서곡 깊이도 얕고 안에 담긴 예술적인 가치도 적지만 세레나데’ 만큼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감동으로 작품이라는 것이.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익숙했던 곡의 연주 스타일은 대편성 오케스트라 버전이었는데, NYCP는 느리지 않도록 잡은 템포를 바탕으로 완급의 변화와 리듬감을 살린 소편성 해석으로 이전에 미처 알지못한 서정성과 발랄함을 맛보도록 도와주었다. 작곡자가 모차르트를 흠모하며곡을 했다고 언급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 느꼈을 감동은 어쩌면 이런 방식일 때 원형에 더 가깝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휘자까지 합해서 14명으로 구성된 챔버 오케스트라의 장점은 오케스트라적 풍성함과 아울러 실내악적인 디테일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점이 아닐까 한. 공연의 장소는 상대적으로 잔향이 적은 현대적인 공간이었던 데에 반해 둘째 공연장은 공간이 크고 울림이 많은 유럽의 성당같은 곳이었다 장소에서 연주 같은 프로그램 곡들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왔지만, 거기에 더하여 소편성 챔버 오케스트라야말로  가지 상반된 공간적 여건에 다재다능하게 대응하기에 좋은 형태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도 흥미로운 체험이었. 잔향이 적은 곳에서는 오케스트라적 풍성함이 플러스가 되고 울림이 많은 공간에서는 반대로 실내악적 측면이 플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장소로 사람들을 찾아가게 NYCP에게 챔버 오케스트라라는 구성은 매우 적합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

 

심리학자 융은 음악 안에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음악이 영혼의 영역에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다. 음악에 담겨진 감동이 주저앉은 마음들을 일으켜 세우고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이 영혼의 터치와 치유로 이어지는 일들이 NYCP의 젊은 음악인들을 통해 이곳 저곳에서 많이 일어나게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잔의 맑은 물'을 직접 선사하기 원하는 그들의 포부에 마음의 박수를 전한다. 나 또한 음악의 힘을 믿기에, 그런 소망들이 단순한 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함께 기대도 해본. 더 나아가서, 내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순회공연도 성사되어 서부의 사람들도 찾아가는 젊은 음악’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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