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1 20:36

워낭이 이야기

워낭이란 이름은 내가 붙여주었다. 원래 이름은 Cow Belle 이지만 Cow Bell 처럼 읽힐 수도 있는 것에 착안하였다. 워낭이가 처음 우리집으로 오게된 즈음에 보게 된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에 힘입은 바 크다. 나이든 소와 한 평생을 함께한 어느 농촌 노인의 삶과 우정을 잔잔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마치 나이든 워낭이와 앞으로 쌓아갈 우정을 시사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해준 것 같다.  




워낭이는 열살. 개의 인생으로 치면 50대 후반 중년에 해당한다고 한다. Muttvill 이라는 유기견 구호 및 입양 기관을 통해서 아내가 입양해오게 되었다. 그동안 어떤 인생(견생?) 역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는 다 알 수 없지만, 나름 쉽지않은 여정을 거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눈도 안좋고 귀에 염증도 있고 피부 앨러지와 복부 종양이 있을 뿐 아니라 척추도 약간 휘어있는 모습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주인이 없는 유기견의 경우 일정 기한이 지나면 죽게 되는 모양인데, 워낭이는 그렇게 예정된 바로 당일날에 구해진 경우라고 한다.

워낭이가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강아지이다보니 아내는 마치 어미와 같은 심정으로 강아지를 아끼며 돌보아준다. 하지만, 아내가 워낭이에게 사랑을 흘려보내주는 일을 통해서 거꾸로 스스로 보살펴지는 듯한 효과도 있는 듯 보인다. 아내는 원래 누구를 돌보든 자신의 전부를 주곤 하던 스타일인데, 그동안 일종의 '어두운 밤' 과정을 거치면서 사역의 폭이 축소되는 동안에 충분히 흘려보지 못하고 있던 사랑을 흘려보내게 된 것이 아내의 내면을 위로하고 건강하게 하고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워낭이는 성품이 매우 좋은 강아지이다. 아직까지 이만큼 착한 강아지를 보지 못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난 강아지 키우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워낭이의 팬이 되어가는 듯하다. 물론 아내가 귀하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내게도 점차로 귀해지는 면도 있을 것이다. 워낭이는 조용하고 사람을 잘 따르며, 행동은 어수룩한 데가 많아 코믹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당당한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종류명인 '시추'라는 이름의 의미('Big hearted')처럼 넉넉하고 착한 모습에 볼 수록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어느날 아내가 몸이 좋질 않아서 누워 쉬고있던 오후에 자기도 덩달아 기운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옆에 와서 함께 누워있다가 잠이 들어버린 장면을 찍어두었는데, 요즘 전화기를 킬 때마다 한번씩 보며 웃곤 한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며, 누군가를 사랑할 때 행복한 존재라는 새삼스런 사실을 리마인드 해주는 역할을 요즘 워낭이가 우리 집에서 그의 존재로써 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내와 또 한 생명체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랑과 교감의 작용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아내의 행복과 강건함과 사랑의 양육의 선기능들을 소망하고 축복하는 마음도 더 깊어진다. 이에 더하여, 더 연약하고 작은자가 실제로는 돕는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주기도 한다는 사실, 사랑받는 자가 사랑받음을 통해 도리어 섬겨주기도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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